살다 보면 누구나 ‘나는 뭘 잘하고 싶지?’, 혹은 ‘나는 뭘 진짜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겉보기엔 비슷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매우 다른 감정과 선택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진로를 고민할 때, 또는 삶의 방향을 설정할 때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엉뚱한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열심히 해도 마음이 허전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잘하고 싶은 일은 대개 능력, 경쟁, 인정과 관련이 있다. 반면하고 싶은 일은 기쁨, 몰입, 내면의 동기와 연결된다. 우리는 때때로 남들의 기대나 사회적 평가에 맞춰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키우지만, 그것이 반드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차이를 혼동할수록 스트레스와 혼란은 커진다.
이 시간에서는 잘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방법, 그리고 그것을 인생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이제는 이 미묘한 차이를 명확히 구별할 때다.
1. 잘하고 싶은 일: ‘성과’ 중심의 외적 동기
잘하고 싶은 일은 보통 외부의 평가나 기준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실력자로 인정받고 싶거나, 경쟁에서 이기고 싶거나, 좋은 결과를 통해 칭찬과 보상을 받고 싶을 때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이 감정은 성취 지향적인 사람에게 특히 강하게 나타나며, 목표 달성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발표를 잘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한다면, 이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잘하고 싶은’ 동기다. 또 직장인이 프레젠테이션을 매끄럽게 하고 싶어 밤새 준비하는 것도,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하고 싶은 일은 의욕과 추진력을 높여주며 성장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일이 반드시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노력은 하지만 즐겁지 않고, 끝낸 뒤에는 공허함이 남기도 한다. 그럴 땐 ‘내가 정말 이걸 좋아하긴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들 수 있다. 즉, 잘하고 싶은 일은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사회가 요구하거나 비교 속에서 길러진 욕망일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2. 하고 싶은 일: ‘몰입’ 중심의 내적 동기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스스로 끌리는 활동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심이 가고, 시간이 금방 지나가며, 잘하지 않아도 기쁨을 느끼는 일이 바로 ‘하고 싶은 일’이다. 이러한 감정은 외부의 평가보다는 내면의 만족감과 즐거움에서 비롯되며, 진짜 나를 드러내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시간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직 잘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하고 싶은 일’로 여기는 것이다. 혹은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 때, 결과가 엉성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건 당신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하고 싶은 일은 이처럼 감정의 방향에서 출발하며, 몰입(flow)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은 때로 성과나 돈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거나,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라며 스스로의 열정을 억누르기도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삶이 피로해지고 동력이 떨어진다. 인생에서 진짜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의 존재를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3. 두 감정이 충돌할 때: 나만의 균형점 찾기
문제는 이 둘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잘하고 싶지만 정작 디자인 자체에 큰 흥미가 없을 수 있고, 반대로 음악을 정말 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 자꾸 좌절을 겪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잘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를 때 우리는 혼란을 겪고, 때론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무조건적인 정답은 없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우선순위’를 정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황이 생계를 위한 시기라면,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는 것도 전략이다. 반대로 여유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잘하기 위한 스킬을 쌓아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두 감정을 모두 존중하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 두 가지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겹쳐질 수 있다. 처음엔 잘하고 싶어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를 느껴서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 반복과 연습을 통해 잘하는 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느 쪽이든 단정하지 말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꾸준히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만의 균형점은 오직 나의 삶 안에서만 발견된다.
잘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는 단순히 기술과 감정의 차이를 넘어, 삶의 방향과 에너지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둘 중 하나만 고집하면 결국 번아웃이나 후회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다면, 삶은 더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워질 수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개념들을 바탕으로, 지금 당신이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인지’, 아니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두 감정이 충돌할 때마다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 질문이 당신의 선택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자. 하고 싶은 일을 잘하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태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때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두 감정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나의 선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