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는 처음엔 좋은 것처럼 보인다. 꼼꼼하고, 실수 없이 하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완벽주의는 점점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다. 일이 너무 커져버려 시작도 못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해지고, 나 자신에게 가혹해지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를 성격의 일부나 타고난 기질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완벽주의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대처 방식’에 가깝다. 완벽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 실수하면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이 우리를 계속해서 채찍질한다. 그래서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 ‘고치자’고 마음먹는다고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서는 현실적으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① 기준을 낮추는 연습, ② 실패와 실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 ③ 실행 중심의 사고 전환이다. 각 방법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완벽주의로 인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통해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
1. ‘잘’하려 하지 말고 ‘조금만’ 하자: 기준 낮추기의 연습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은 기준이 너무 높다. 시작부터 결과까지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처음 한 발자국을 떼는 것조차 어렵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을 쓸 때도 처음부터 유려한 문장과 완벽한 구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기대하다가 아예 쓰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땐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일단 시작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준을 명확히 낮추는 것이다. 글을 쓸 땐 10줄만 써보자고 다짐하거나, 공부할 땐 10분만 책을 펴보자는 식이다. 처음부터 100점을 목표로 하면 시작 자체가 어려워지지만, ‘10점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행동은 훨씬 빨라진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의외로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준 낮추기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이다. 우리는 종종 목표를 높게 잡아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가장 오래가는 행동은 ‘쉬운 목표’에서 시작된다. 완벽주의를 버리는 첫걸음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반복해 보는 데서 시작된다.
2. 실수는 무너짐이 아니라 성장의 일부다: 실패에 대한 해석 바꾸기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작은 실수조차 자존감 전체를 흔들고, “나는 역시 부족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사고방식은 어릴 적 교육이나 가정환경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실수했을 때 벌을 받거나, 완벽해야만 사랑받았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실수 =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떤 분야든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오히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이다. 작은 실수에도 “괜찮아, 이건 과정의 일부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시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실수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면, 도전 자체가 쉬워진다. 사람들은 실수할까 봐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않지만,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자기를 미워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경우가 많다. 실수해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면, 점차 완벽주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3. 생각보다 움직이자: 실행 중심의 사고로 전환
완벽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보다 생각이 앞선다는 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가능성부터 계산하다가 결국 행동은 제로에 그친다. 이런 사고방식은 분석 능력을 키우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천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자존감마저 갉아먹는다. “생각은 많은데, 결국 아무것도 못 했다”는 자책감이 반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행을 사고보다 우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즉, ‘생각이 정리되면 하겠다’가 아니라, ‘일단 해보고 생각하자’는 태도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라면 초안을 먼저 쓰고, 그다음에 수정하면서 구조를 고민하는 식이다. 완벽한 계획은 늘 미루게 만들지만, 조잡한 시도는 실제 결과를 만든다.
이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실행 자체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오늘 10분이라도 해냈다면, 그것은 ‘성공’이다. 이런 실행 중심 사고방식은 스스로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하고, 행동의 반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진짜 열쇠다.
완벽주의는 겉으로는 높은 기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버려질까 두려운 마음이 숨어 있다. 그렇기에 완벽주의를 고치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덜 까다로워지자’는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기준을 낮추고, 실수를 다르게 바라보고, 실행을 우선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을 믿고 받아들이는 연습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완벽한 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나다. 잠깐 반짝이는 성과보다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더 멀리 간다. 완벽함은 종종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신을 몰아세우지만, 불완전함은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이 연결되고, 더 단단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진짜 나’로 살아가는 용기다. 오늘부터 조금만 기준을 내려놓고, 내 모습 그대로 움직여보자. 그것이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진짜 발걸음이 될 것이다.